지난번 이야기에서 적었듯 나의 가장 큰 고민은 "결혼식이 꼭 필요할까?" 였다.
(별 내용은 없지만 지난 이야기가 궁금한분들을 위해 링크를 첨부한다: https://isfpinus.tistory.com/1)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결혼식에 대한 로망도 없었고, 단지 한다면 끝내주게 멋있게 하고, 그게 아니라면 하지말자였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내가 30년 후 나의 삶을 되돌아 봤을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때 쉽게 "자신있다." 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럼 해야하나....?
며칠을 그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서 결혼식이 힘들다, 정신없다, 기억도 안난다, 그 돈으로 집사는데 보태라 라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막상 그 분들은 대부분 결혼식을 했다. 그래서 하고 후회할것인가, 안하고 후회할것인가의 선택같아보였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들을 해보았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 결혼식이란 이벤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계속 가져다 주었다. 아, 머리아파.
1. 나는 결혼식을 왜 하고싶은가?
일단 "하고싶다" 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내가 결혼식이 하고싶다면 왜 하고싶을까?
인스타에 올라온 릴스나 그런 좋은것들을 보다보면 살면서 한번쯤 해보아도 괜찮을것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했다.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고, 밝고 재밌게 웃으면서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 성격상 마냥 즐기기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빠와의 식장 입장 순간에도 무조건 눈물이 날것같았고(아빠랑 입장은 같이 안할거다 했지만, 또 모른다.), 주목받는것도 그리 즐기지 않는 나는 사람들 앞에서 예쁜척을 해가며 서있는게 민망하다는 생각도 했다.
2. 결혼식을 한다면 초대 기준은 어떻게 될것인가?
만약 결혼식을 하게 된다면 하객 초대 기준은 어떻게 잡아야할까? 가족만 초대에서 친한 친구들까지만 초대.. 그렇게 하나 하나 추가하다보니 그 기준이 참 애매했다. 처음 원했던건 정말 micro wedding으로 우리 둘과 각자 가족들이었다(총 10명정도). 그런데 venue를 찾다보니 아무리 작은 곳이라도 대부분 50명 인원수용이 가능했다. 그렇게 넓은곳에 10명만 덩그러니있는걸 상상하니 그것도 싫었다. 그럼 50명을 채워볼까? 했지만, 그럼 얘는? 얘는? 테이블은 어떻게짜야하지? 또 머리가 아팠다.
3. 결혼식이 나에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가?
미국 캘리포니아 엘에이/오씨 기준, Venue는 싸면 $5,000정도에서 시작하는곳도 보았다. 그치만 어느정도 마음에 드는 수준을 하려면 최소 $10,000은 기본으로 생각해야할것 같았다. 거기에 헤어/메이크업, 드레스, 식대, 등등 추가 비용을 생각하면 과연 이게 나에게 정말 가치있는 지출인가?를 생각하게됐다. 차라리 그 돈으로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우리의 미래 집에 투자하고, 아니면 우리 신혼여행에 돈을 더 쓰는게 낫지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식에대한 로망이 컸고 부모님도 결혼식을 꼭 하라고 하셨다면 더 생각을 해봤겠지만, 부모님께서도 친오빠를 통해 이미 결혼식을 경험했기때문에 내가 결혼식을 생략한다고해도 큰 반대가 없으셨다.
4. 드레스를 입고 싶은가?
결혼식에는 로망이없었지만, 살면서 한번쯤 웨딩드레스를 입고는 싶었다. 그래서 무조건 스튜디오촬영은 하려고 했다. 미국에서 진행하기엔 가격대비 내가 원하는 느낌이 나지않아서, 스튜디오 촬영은 한국에 가서 하고싶었다. 그치만 야외촬영정도는 미국에서 하는게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스스로 질문을 하다보니 결론이 났다.
우리는 5월 어느날, 아주 소규모로 가족끼리만 진행하는 형식의 결혼식인 "elopement"를 하려한다.
대신 웨딩촬영과 신혼여행, 우리의 신혼집에 더 투자하려한다.
결혼식에 쏟은 몇만불때문에 내가 원하는 집을 못산다면 그게 결혼식을 안한것보다 더 후회가 될 것 같았고,
나는 내 방식대로 나에게 의미있는것들만 하려한다.
아빠가 해주는 주례, 가족끼리 찍는 가족사진.
서류작업으로 인해서 1년 빨리 진행하지만 나에겐 "약혼식"인 "elopement".
2027년 새 집에서 시작될 우리의 "결혼" 생활.
물론 모든게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의 그림은 대략 이렇다.
혹시 결혼식에 고민이 많다면, 스스로에게 저런 질문들을 던져가며 천천히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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